올해는 아버지께서 칠순을 맞이하시게 되는 해 인데.. 산악회를 하시면서 여기저기 워낙 많이 다니시는 편이어서 친구들 모시고 식사를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가족여행을 원하셨다. 

이제 모두 출가를 해서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다보니.. 우리 식구만해도 14명. 아버지 형제분 중에 유일하게 살아계신 막내고모님까지 포함하면 15명의 대가족이 움직여야 하는 터라.. 금전적인 부담과 함께 일정 맞추기가 만만치 않은 문제가 있다. 


쉽지 않은 논의 끝에.. 장소는 '제주', 시기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정했다.


일단 내가 지난 해 영국을 여행하면서 눈여겨 봐 둔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마련하고, 회사 콘도를 활용해서 숙박. 렌트카로 여러 곳들 함께 둘러보면 되겠다.. 고 아웃라인을 정했는데.. 

회사콘도도 주말에는 어렵다고 하고.. 게다가 15명 대인원을 수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돈을 좀 더주고 팬션을 잡았다. 그것도 티몬을 통해 여기저기 알아보니.. 저렴한 팬션이 있어서 예약 완료.

제주에 도착해서 돌아올 때 까지의 일정은 동생이 잡기로 했다.


집떠나면 고생이라고도 하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피곤하기도 하겠는데.. 여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무사히 잘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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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사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허용하면 본인 위치정보가 일자별로 뜬다는 내용이 있었는데,,(http://maps.google.com/locationhistory/ 에서 언제든지 확인 가능!!) 정말이었다.

화들짝 놀라 다 지워버렸는데.. 얼마 전 다녀온 영국 위치정보도 모두 기록되어 있어서.. 스크랩 해봤다.


2013. 10. 8. 비행기로 대구에서 인천공항 이동!(런던 이동 경로는 안보이네..)


2013. 10. 9. 다시 런던에서 에딘버러 이동.. 그리고 하이랜드 인네버스까지 버스투어..(한국시간 기준)


2013. 10. 10. 하이랜드 버스투어.. 로흐 네스가 있는 인네버스!


2013. 10. 11. 에딘버러에서 기차로 버밍엄으로.. 자느라 몰랐는데.. 리버플을 경유했었군..ㅋ


2013. 10. 12. 버밍엄에서 옥스포드.. 그리고 여기 저기로... 돌다 런던까지 


2013. 10. 13. 비스터빌리지에서 런던까지 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2013. 10. 14. 런던 시내.. 주로 템즈강쪽.. 타워브릿지와 웨스터민스터가 대부분이고.. 시내가 일부..


2013. 10. 15. 마찬가지로 런던시내.. 풀럼로드가 있는 걸 보니.. 스템포드 브릿지가 표시된 듯..


2013. 10. 16. 런던시내와.. 히드로공항이 함께 표시된 것 같다.


2013. 10. 17. 한국으로.. 참으로 먼 여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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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4일째.. 런던패스도 다 끝나서 이제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조차도 돈이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무료관람이 가능한 대영박물관, 국립도서관, 그리니치 천문대를 방문하는 것이 일정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방문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서 아쉬움을 머금고 두 곳만 방문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우리 짐들을 비용을 들여 한 숙소에 오후 2시 late check하기로 하고 한참을 걸어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걸어가는 길 마다 그림 같은 집들.. 차들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아파트 처럼 생긴 건물들도 많았다..>


<영국은 이런 공짜병원들이 많다고 한다. 누구든지 치료받을 수 있는 공짜 병원! 하지만 고품질의 의료 혜택을 받으려면 돈을 많이 지불하는 사설병원을 가야한다는 사실..>


<연립주택인 것 같은데.. 베란다에 창호를 하고 온실 처럼 꾸며놨다.>


<주상 복합이라고나 할까.. 1층은 쇼핑몰로 꾸며져 있다.>


<동네 극장인데,, 포스터 중에 아는 영화가 하나도 없다!!>


<대영박물관 가는길..>


<드디어 대영박물관 도착!! 외관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카메라로 정신없이 촬영을.. 우산 쓴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대영박물관에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준비한 대한항공 오디오 가이드북 무료이용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말로 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물들이 소장된 박물관이고, 엄청나게 넓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제한을 두고 돌아볼 수 밖에 없었는데.. 나는 전략적으로 이집트관, 그리스 파르테논, 고대 지중해 세계,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Coins and the Bible을 중심으로 봤다. 남들이 다 보는 로제타 스톤이나 미이라, 파르테논 신전의 유적들도 보았고, 특히 성경에 나오는 동전들을 전시해둔 전시관이 인상적이었다.


<격자모양의 천정이 인상적인 대영박물관 실내..>


<가장 인기있는 전시물 중 하나인 로제타스톤..>


<람세스상인데.. 몇톤이나 되는걸 가져오는 영국인들의 수집벽이란.. 중간에 뚫려있는 구멍은 이송용으로 뚫은 거라고..>



<성경에 나오는 동전들을 전시해 둬서 인상적이었던 Coins and the Bible 전시관..>



  시간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우리는 다시 국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도서관에 가서 도대체 뭘 볼건지 의심스러웠는데,, 엄청나게 꼽혀 있는 장서를 보러가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들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학구열을 보러가는 것인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국립도서관에서 박물관에서 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다. 먼저 수천년 인류의 지혜가 축척되어 있는 엄청나게 높은 서고! 희귀서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직접 열어보지는 못했지만 서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되었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Sir John Ritblat Gallery라는 전시실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자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핸델이 그린 메시아 악보.. 모차르트, 하이든 등 유명 작곡가들이 직접 그린 악보들을 전시해 두고 있었고, 고대 영어로 쓰여진 성경들, 희귀한 책들,, 결정적으로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원본이 여기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감동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것이지만 이곳에는 세익스피어의 최초 인쇄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심지어는 우리나라 1800년대 후반에서부터 1900년대 초의 인쇄물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미리 조사를 좀 해서 갔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가 된다. 감동을 안고 도서관에서 나와 코너를 도니 바로 세인트 판크라스 역이다. 우리 숙소.. 이렇게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었구나!


<국립도서관.. 드디어 도착>


<영국은 시계가 붙어 있는 건물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세인트 판크라스역이었다!!^^>


<도서관 건물이라.. 사진 찍기가 뭐했고.. 특히 전시실은 기본적으로 촬영이 금지였다. 정면에 보이는 전시실이 바로 마그나카르타 원본이 보관되어 있던 Sir John Ritblat Gallery 이다..>


<참으로 부러운 환경..>


  어쨌든 이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아쉬움 많은 영국 여행 일정은 마무리되었고, 트레블로지에 들러 짐을 찾아 영국에서의 마지막 전철을 타고 킹스 크로스 역에서 히드로 공항 4번 터미널로 이동했다. 또 다시 길고 긴 비행을 하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지만.. 실제로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서 였을까.. 한국시간으로 14:30경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19:20 출발하는 대구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기다리면서도 그 동안 있었던 여행의 기억들을 동료들과 나누며 집에서 기다릴 가족을 생각하니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렇다.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좋은 여행이었다..


<대구공항 도착... 드디어 길고도 짧았던 여정이 끝났다..>


  epilogue.. 


  1. 처음 여행을 생각하면서부터 했던 생각이 쓸데없이 많은 곳을 다니지 말고, 충분히 여행지를 즐기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그 생각에 부합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가보지 못한 곳,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은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걸 테니.. 이 아쉬움을 잘 보관해 뒀다가 다음에 꼭 꺼내 써야겠다. 


  2.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역사를 알아야 그 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 ‘이야기 영국사’를 읽으며 공부를 했었는데, 현장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왕들의 이름이 에드워드, 핸리, 제임스 몇 가지로 거의 동일해서 여행을 다니면서 읽어 봤던 내용이 나와도 누가 누군지.. 그런 게 있었지 정도일 뿐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 수박 겉핥기였지만 본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더했던 것 같다.


  3. 열흘 동안의 여행으로 내 눈과 마음이 더 넓게 열렸음을 느끼며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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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를 두루 다니면서 정작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11:30에 있다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트래블로지를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underground에서 런던패스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우리는 런던패스가 출근시간 이후인 09:30에서야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제는 해리포터 플랫폼을 보느라 늦은 출발을 했기 때문에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시간을 떼우기 위해 세인트판클라스역에 있는 부츠(boots)에서 의약품, 생활용품들을 구경하고, 시간이 되어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향했다.


  영국의 기독교가 호국 종교인 것 같다고 했는데, 웨스트민스터사원을 보면 그 사실이 더 실감난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은 영국 역대 왕들의 대관식을 거행하는 장소로 유명하고 왕족의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이곳에서 한다고 하는데,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내부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세인트폴성당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고 있었고, 안내에 따라 구석구석에 있는 역대 왕들의 무덤과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왕들의 무덤뿐 만 아니라 영국을 빛낸 위인들의 무덤도 함께 있었는데, 윈스턴 처칠이나, 제프리 초서, 세익스피어 같은 사람의 무덤도 보였다.


  위인들의 무덤 앞에 숙연해진 마음으로 사원을 나온 우리는 교대식 시간에 쫓겨 급하게 버킹엄궁 쪽으로 향했다. 수상 관저를 지나면, 먼저 호스 가드(근위기병대 사령부) 건물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그 유명한 영국 호스 가드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키 큰 영국 종마들에 올라탄 호화로운 복장의 근위 기병들이 나팔소리에 맞춰 움직일 때 마다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기병들을 따라 우리도 녹음이 우거진 비둘기의 천국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지나 같이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영국 병정들의 저 움직임을 보려고 그 많은 사람이 모였었는지..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인파가 근위병 교대식을 보려고 몰렸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가 온 것 인지.. 말을 탄 영국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는데도 해결이 안된다. 우리 일행은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빅토리아여왕 기념비 앞에 서서 근위병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지켜보고야 말았다.


  이후에는 자유여행 시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영국의 축구경기장 투어를 꼭 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고려해 버킹엄궁 → 웰링턴 아치 → 앱슬리 하우스 → 하이드파크 → 로열알버트홀 → 스탬포드 브릿지(영국의 명문 축구클럽 챌시의 홈구장) 순으로 여행코스를 잡았다. 박창민과장님이 함께 하기로 했고, 다른 일행들은 코벤트가든 쪽에서 쇼핑을 한다고 했다.


  웰링턴 아치에서 사진을 찍고 근처에 있는 앱슬리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웰링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 건물의 문이 잠겨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오픈시간인데!!! 건물 좌측에서 관리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나오시길래, 문을 닫은 거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오히려 이상하다며 당황해 한다. 뭐.. 기분이 상했지만 갈 길이 바쁘니 못 본 걸로 하고 다시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버킹엄궁에서 나오면 웰링턴 아치를 지나 하이드파크로 들어가게 된다.


요~ 인근에.. 이 모든 어트랙션들이 몰려 있다는 것!!


  시내 한 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니.. 공원에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끝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있고, 커다란 호수에서 백조가 노닐고, 거닐다 보면 다람쥐가 도망가지도 않고 같이 놀자고 달려드는..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고 온 몸의 피로가 풀릴 것처럼 휴식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그냥 뭐랄까.. 우리에게 없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곳이라고나 할까.. 흰 백조와 이름 모를 오리들이 수도 없이 노니는 호숫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스테이스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여유롭게 하이드 파크를 가로질러 로열알버트홀로 향했다. 


하이드파크 코너~!!


이렇게 광할한 공원이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이드파크의 상징과도 같은 오리떼들..^^


요런 다람쥐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음식은 당근 비둘기들이랑 나눠먹어야 하고..


이렇게 수백년 이상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나무들도 곳곳에 있다.. 이건 밤나무..


하이드파크에 오길 잘했다...


  하이드파크에서 멀리 로열알버트홀이 보이면서 그 앞으로 로열알버트 기념비가 먼저 보인다. 빅토리아여왕의 남편 알버트왕자를 기념하는 기념비라고 하는데, 돌을 맞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태국 궁전인 줄 알았다. 기념비의 모양이나 형태, 특히 금으로 도금해 놓은 모습들이 그랬고, 특히 기념비를 둘러싸고 있는 빅토리아시대의 아름다운 조각들도 낙타나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시지는 아랍 느낌의 조각들이 있어서 그런 느낌이 더 했던 것 같다.


하이드파크에서 걸어 나오면 로열알버트 기념비.. 그리고 로열 알버트 홀이 나온다.


마치 태국의 왕궁처럼 금으로 도금되어 있고.. 로열알버트공도 금 일색이다!


스핑크스.. 클레오파트라.. 낙타.. 뭔가.. 아랍 느낌의 조각들..^^


  로열알버트홀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정도 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대표적인 연주회장으로 콘서트나, 이벤트, 국제행사들이 많이 열린다고 한다. 로열알버트홀 바로 아래에 왕립음악학교가 있어서 거기서 열심히 연습한 친구들이 로열알버트홀에서 연주하는 형태인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진 무적의 런던패스로 로열알버트홀 투어를 끊었는데, 투어 시간이 한 시간이나 걸리고, 중간에 나오지도 못한다고 하고, 또 박과장님이 이대로는 마지막 투어가 오후 3시인 스탬포드 브릿지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눈치를 보며 로열알버트홀을 빠져 나왔다.


로열알버트홀...뭔가 최신식이라는 느낌은 없지만..


내부는 멀쩡(?)하다.ㅋ 아쉽게도 투어신청을 하고도.. 실제 투어는 시간관계상 생략.. - -;;;


로열알버트홀 바로 아래에 이렇게 왕립음악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걸어서 이동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스탬포드 브릿지는 전철로 이동해야 한다. 지도로 보면 사우스 캔싱턴 역에서 풀햄 브로드웨이 역까지 몇 정거장 이동하면 되는 걸로 되어 있었고, 로열알버트홀에서 사우스 캔싱턴 역이 가까워 보여 구글맵을 이용해서 사우스캔싱턴 역으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멀었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도착 시간이 아슬아슬할 것 같아 마음을 졸이며 바쁜 걸음을 걸었고.. 구글맵으로는 이미 도착한 것 같은데도 역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다가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는데, 우리가 서있는 바로 뒤편에 역이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서 3시 정각에 영국의 명문 축구 클럽 챌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 도착을 해서 투어 신청을 했다. 매니저 말이.. ‘You are right on time!!!’ 숨 돌릴 틈도 없이 투어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경기장의 피치(잔디)를 바로 옆에서 보기도 하고, 무닝뉴, 프랭크 램퍼드, 토래스 등이 경기할 때 앉는 좌석에 앉아보기도 하고,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 전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레스룸에 앉아서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선수 락커가 인상적이었는데, 먼저 심플하게 옷장과 의자 정도가 보이는 초라한 어웨이팀 락커에 비해, 홈팀 락커는 완전 최신 시설이다. 분명히 자기네들도 어웨이 경기에 가면 똑 같은 취급을 당할 텐데도.. 영국축구의 자부심, 승부욕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그 넓은 피치에서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우리 일행을 만나기 위해 코벤트 가든으로 향했다. 코벤트 가든 근처에서 근사한 저녁식사와 함께 노벨로라는 극장에서 맘마미아를 보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약..간 허접해 보이지만.. 바로 스탬포드 브릿지!! 첼시의 홈구장이다!


경기장 투어가이드 아저씨.. 바르셀로나팬이라는 관광객에게.. 바로 get out!을 외치던..ㅋㅋ


경기시작 전 무닝뉴감독이 항상 인터뷰하는 프레스 룸이다! "today!! We are going to win!!!!"


뭔가 어설퍼 보이는 원정 락커룸. 나무로 된 마사지 배드 2개에 대단히 불편한 의자들, 그 아래 수납장.. 이게 전부다.


여기가 바로 홈팀 락커! 아자르.. 바.. 같은 첼시 선수들의 져지가 걸려 있다!  그리고,


마사지배드도 원정락커하고는 천지 차이.. 내부에 세면대, 간이카페..등등 시설의 차이가 크다!!


무링뉴 감독이 경기를 보는 자리이다! 저기 앉아 있다가 미친 듯 달려나가곤 하지..^^


가슴이 뻥 뚤리는 듯한 피치..!


역시 명문 구단 답게.. 박물관에는 우승컵들로 가득하다..


코벤트가든 마켓이다. 수공예품이나 수제 쵸콜릿 등 눈길이 가는 것들이 많았으나.. 


일행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촉박해.. 이렇게 돌아다니며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고급 백화점 보다는 이런 쇼핑몰이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일행을 다시 만난 후 우리는 스몰랜스키라는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그야말로 영국요리(부정적인 의미이다)를 섭취한 후 극장으로 향했다. 여행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뻔하기 때문에 그리 좋은 자리에는 앉지 못하고, 엄청나게 높은.. 거의 꼭대기 층에서 뮤지컬을 봐야했는데, 그래도 음향이 이상 없이 잘 들리고 배우들, 특히 남자 배우들이 위쪽을 가끔 봐줘서 소외감은 안들 정도였다. 맘마미아는 한국에서도 우리말로 된 뮤지컬을 본적이 있었고, 음악 자체가 유명한 아바의 곡들로 만들어져서 즐기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뮤지컬이 절정에 다다르고 앵콜 송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면서 뮤지컬이 끝이 났다. 모두들 감동과 흥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맘마미아와 패키지로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바&그릴 식당!  지금까지 다닌 식당 중에는 꽤 고급인..


저렇게 애들이 와서 생일파티 같은 걸 하고 있었다.ㅋ 여튼 분위기 있는 식당!! 


음식은.. 뭐.. 고만고만 했는데.. 립스테이크.. 피쉬앤칩스.. 그런거 먹었던 것 같다.


식 후엔 바로 맘마미아~!! 맘마미아 전용관인 노벨로극장!!!


평일임에도 극장이 거의 가득찼고.. 우리 공연장 처럼 넓은 게 아니라 높게 층층이 관람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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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킹스 크로스 &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3분 거리였다. 세인트 판크라스역은 프랑스로 가는 유로스타가 출발하는 국제선 플랫폼이 있는 역이고, 킹스크로스역은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출발했던 그 9 3/4 플랫폼이 있는 역이기도 하다. 여섯째 날의 출발지는 바로 킹스크로스 역이었다. 물어 물어 9 3/4 플랫폼에 도착했는데.. 그냥 벽돌로 된 벽에 반쯤 들어가다 만 여행카트가 박혀있다. 일행 모두 해리가 되어 한 번씩 카트를 밀며 사진을 찍었다. 


킹스크로스&세인트판크라스역.. 두 역이 붙어 있다.


역사도 참.. 고풍스럽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연인들을 뒤로하고..^^


뭔가를 잊은 여행자인가?


영화 해리포터에 나왔던 9 3/4 플랫폼..찾느라 조금 애먹었다..


저 벽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거지..^^


  이날은 본격적으로 템즈 강가를 탐험하는 날이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으로 세익스피어가 작품 활동을 했던 극장이라고 한다. 원형은 소실되었다고 하고 20세기에 들어서야 복원이 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춰졌다고 하는데, 배우이신지 발성이 좋은 할머니 가이드의 안내로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극장 안에는 원래 극장이 있던 자리에서 발굴된 무대 소품들, 재현한 의상들, 공연에 사용되던 악기들 등이 잘 전시되어 있어 감흥을 더했다. 극장은 현재에도 공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전날에도 공연 시즌이 마쳐져서 배우들과 스텝들이 쫑파티를 했다고 했다.


  우리가 미술에 조예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만들었다는 테이트 모던을 방문했다. 테이트 모던 6F(7층이다.. 영국은 1층이 ground floor니까..)에 있는 카페에서 꼭 커피를 마셔야한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곳에 있을 엄청난 미술품에는 눈길도 한번 안주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6F를 눌렀다. 카페에는 창 가로 일렬로 정렬된 테이블이 있어 근사한 런던의 정경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쭈욱 일렬로 앉아서 진한 커피 한 잔의 향취를 느끼며 원기를 회복한 후 이제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밀리니엄 브릿지를 건너 세인트폴성당으로 향했다. 세인트폴성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돔을 지닌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웅장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우리말로 자세한 안내를 받으며 영국에서 방문한 어떤 교회 건물보다 더 아름답고 잘 보존되어 있는 세인트폴 성당 내부를 관람하였다. 지하로 내려가니 이 성당의 설계자라고 하는 크리스토퍼 렌 경, 넬슨 장군, 웰링턴 장군 등의 묘가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비가 었어서 그들을 기리고 있었다. 영국의 기독교는 과거 우리나라의 호국 불교처럼 국가적인 성격이 강한 것 같은데, 특히 세인트폴성당이 더욱 그러한 것 같았다.


  성당을 나와 다시 템즈강을 걸으면서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해적선과 타워브릿지를 지키는 벨파스트를 눈 도장 찍고 런던브릿지를 찾았다. 런던브릿지는 템즈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하는데, 그만큼 여러 번 무너지고 파괴되었지만 지금도 템즈강의 가장 중요한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런던패스에 런던브릿지 익스피어리언스라는 투어가 있어서 어렵게 찾아갔다. 그냥 타워브릿지 익스비션처럼 다리의 역사나 그런 걸 보여주는 전시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쉽게 표현하면 ‘역사 전시관 + 놀이 공원 유령의 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런던브릿지의 역사와 영국에 일어났던 잭 더 리퍼 같은 연쇄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테마로 유령의 집을 꾸며 놓았는데,, 뭐랄까.. 언어적인 문제로 공포가 덜하달까.. 하여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 웨스트민스터를 지나 내일은 근위병 교대식을 꼭 보자고 후일을 기약하며, 수상 관저, 버킹엄궁을 거쳐 트라팔가 광장으로 들어섰다. 넬슨 장군의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는 트라팔가 광장은 대낮에 찍은 사진 만 봐서인지 야경은 다소 낮설었는데, 특히 네셔널 갤러리 한쪽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더했다.


어둠이 짖게 내린 트라팔가 광장.. 넬슨의 형체도 희미하다.


도대체 왜 설치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꼬꼬닭 구조물..^^


네셔널갤러리도.. 공사중이라 사진이 이쁘게 나오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옥스퍼드 서커스 근처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런던시내를 걸었다. 맙소사.. 그런 엄청난 인파라니.. 옥스퍼드 서커스 역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위로는 비스터 빌리지에서 봤던 명품샵들이 즐비해 있었고, 우리는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애플샵에 들러 우리나라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5S 골드에디션을 살펴보기도 했다. 애플샵 한쪽에 사람이 몰려있어 가보니 예쁜 배우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바로 검색해 보니 영화 아이 엠 넘버 포에 출연했던 다이아나 애그론이라고 한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보려 했는데, 유료 회원만 들어갈 수 있는지 라인을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 두어 실망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물결치던 리젠트스트리트..


애플샵에서 애플의 신제품들을 미리 만져봤다.


애플샵에서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다이아나 애그론..


   아이들 선물 구입을 위해 들른 장난감 천국 햄리스, 초콜릿 과자로 이런 엄청난 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을 자아냈던 M&M 샵, T.G.I.Friday에서의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화려한 런던 시내에서의 밤을 보냈다. 


장난감 천국 햄리스에 있던 레고블럭으로 만든 여왕!


M&M샵도 많은 관광객을 끄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M&M's World라고나 할까..


요 쵸코볼들은 못하는게 없었다.ㅋ

m&m 샵은 쵸콜릿 볼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듯..!!ㅋ


저녁식사는 T.G.I.Frida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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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째 날은 일요일이었다. 일행 중 종교가 기독교인 분들은 유명한 존 스토트 목사님이 시무하셨던 올 소울즈 처치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독교가 아닌 분들은 리젠트 스트리트에 머물면서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영국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었지만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이동하느라,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느라 일행들은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올소울즈처치의 외관..


웰컴 투 올소울즈처치.. 예배시간에 정확히 맞춰가지 못하고.. 한 30분 늦은 10시경에 도착했다.


올소울즈처치에서의 예배.. 찬양도 경건하게..


  런던에서의 여행은 런던패스를 활용해서 충분히 돌아보자는 전략이었는데, 이것은 런던의 물가가 무척이나 비싸기 때문에 교통비와 입장료를 다 해결할 수 있는 런던패스로 주요 유료 관광지를 다 돌고, 런던패스가 끝나는 마지막 날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도서관, 그리니치 천문대 등을 관람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이 전략은 나중에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이동 시간과 머무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관광지가 오후 4~5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까닭이었다. 


  어쨌든 도보로 시내 피카델리 서커스 근처에 있는 투어리스트 센터로 이동해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둔 런던패스를 받고,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하다는 차이나타운의 중국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Wong Kei Restaurant(왕기반점)이었는데,, 수표와 카드를 받지 않았고, 아저씨가 와서 계산서를 던져 놓고 간 것 외에는.. 사실 그다지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런던패스를 수령한 투어리즘 아일랜드.. 저래 보여도 지하로 내려가면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온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그러하듯.. 런던 시내 번화가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그 차이나타운 한쪽편에 세계에서 가장 불친절하다는 중국음식점 왕기반점도 있다!!


그래도 영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는 우리 입맛에 제일 맞는다는 불편한 진실..^^


  이제 런던패스를 받았기 때문에 교통편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underground를 이용해서 타워브릿지로 이동했다. 사실 비가 오는 날씨 탓에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런던이 런던 같지 않고, 우충충한 느낌만 있었는데, 타워 힐 스테이션에서 나와 템즈강과 타워브릿지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이 달아나면서,, 여기가 런던이구나!!! 하는 느낌이 머리에 쏟아 부어졌다! 템즈강의 양쪽 편으로 각양의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런던타워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 타워브릿지 익스비션에 올라가 타워브릿지 위에서 비오는 템즈강과 런던 시내를 돌아보는 경관은 감동이었고.. 보관과 전시의 영국답게 여기도 타워브릿지의 설치와 관련한 자료들, 기록들을 잘 보관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런던타워 쪽에서 보니 사진으로 엄청나게 많이 보았던 타워브릿지의 사진이 바로 거기에서 찍은 거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 일행도 타워브릿지를 배경으로 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런던타워는 타워라는 이름 때문에 대구타워, 서울타워 같은 탑을 연상하게 하는데,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고성이다. 성은 에딘버러 캐슬, 워윅 캐슬 등 지겹도록 봤지만.. 런던타워는 그 규모나 소장된 물품을 볼 때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런던타워는 과거 수도인 런던을 지켜내던 요새였고, 왕궁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죄수를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되면서 사형수를 처형하기도 했던 역사적인 곳이라고 한다. 워낙 크고 넓어서 성내 여러 곳들 돌아다니다 보니 얼마나 힘이 들던지... 어쨌든 각각의 성마다 특색있는 전시물로 채워져 있었고, 특히 과거 영국 왕들의 갑옷과 무기를 전시해둔 곳과, 현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식의 모습과 그 때 사용된 왕관이나 보석들을 볼 수 있었던 The Crown Jewels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유람선에 올라 타워브릿지에서 웨스터민스터까지 템즈강 위를 흘러 내려갔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좌우로 말로만 듣던 세인트폴성당, 런던브릿지, 테이트 모던이 지나가고.. 저 멀리 빅밴, 국회의사당 건물까지 보이자.. 내가 정말 영국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질 무렵 야경이 아름다운 템즈 강변을 거닐며 운치를 만끽한 후 런던아이를 경험하기로 했다. 런던아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라고 하는데, 엄청나게 큰 바퀴에 약 20명 정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투명한 캡슐이 달려 있어서 탑승하면 약 30분 동안 한 바퀴 돌고 내리는 방식이었다. 마치 템즈강 위를 날아오르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우리가 탄 캡술이 하늘로 떠오르니, 영국의 수도 런던의 야경이 한눈에 누리 눈 안에 들어왔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아는 건물들을 찾고 있는데, 빅밴이 발 아래에 있다! 야간이라 조명을 받은 빅벤 앞으로 템즈강이 흐르고.. 그 뒤로 건물들이 뿜어대는 불빛으로 만들어진 지평선까지.. 정말 환상적인 장면들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환상적인 하루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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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트 카를 타고 버밍엄 주위의 어트랙션들을 돌았지만, 정작 버밍엄 시내는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영감을 주었다는 캐드버리 월드(초코릿 공장!), 그릇을 저렴하게 판다는 스토크 온 트랜트 등은 우리 일행이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문 여는 시간도 맞지 않고, 또 시간의 제약이 있는지라.. 넷째 날 아침은 영국에서 한 중간 정도 수준의 마트라는 세인즈버리에서 English Breakfast를 즐긴 후 런던을 향하여 출발했다. 런던으로 가는 길에 옥스퍼드와 비스터 빌리지를 들르는 일정이었다.


  옥스퍼드는 캐임브리지와 함께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학이 있는 도시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처럼 대학교가 생기고 그 안에 단과대학이 생기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대학교가 옥스퍼드의 기준에 맞춰서 유니버시티에 들어가게 되면, 그 학교 졸업자가 옥스퍼드유니버시티 졸업장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아울러 옥스퍼드는 세계의 리더를 키운다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유수 대학의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지원하더라도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다시 선발을 한다고 한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계의 리더를 선발한다는 자부심! 


  그런데, 옥스퍼드 시내는 이런 학구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특히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아마도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그들에게 옥스퍼드가 매력 있는 관광지로 보여진 게 아닐까. 어쨌든, 옥스퍼드에는 그 자체로 위엄 있어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았는데, 특히 시내를 거닐다가 방문한 1,000년이나 되었다는 옥스퍼드의 가장 오래된 빌딩 St. Michael의 Sxon tower가 인상적이었다. 옥스퍼드의 유명한 대학인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였는데, 크라이스트처치 건물은 웅장하고 크기도 하지만 워낙 긴 건물이라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출입구로 들어가니 건물 앞으로 넓은 잔디밭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보였다. 사실 크라이스트처치가 유명한 이유는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사용되었던 The Great Hall 때문인데, 우리가 방문한 날 일반에 공개되는 시간이 14:15 ~ 16:30여서 오전에 방문했던 우리가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The Great Hall은 지금도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철저하게 학생들 위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식사하는 시간에는 관광객이 볼 수 없다는 학교의 방침 때문인 것 같았다. 이 방침은 다른 곳에도 적용되어서 관광객이 돌 수 있는 루트가 정해져 있고, 이 루트를 벗어날 경우 가드의 제지를 받았다. 물론 학생들은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었고,, 이 학교에 관광 와서 그런 상황을 겪은 외부 학생들은 반드시 이 학교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나중에 우리 꼬맹이들도 한번 데리고 와야 하나?


  아름다운 크라이스트처치의 내부를 구경하고, 도서관 건물과 통곡의 다리를 지나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올라 있다는 블랙웰 서점을 들렀다. 밖에서 볼 때는 그냥 조그만한 서점 같았는데, 내부에 들어가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넓은 서점이었고,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유명한 서점답게 서점 내부가 가장 잘 담길만한 곳에 포토 포인트도 정해 놓아서 사진도 듬뿍 찍었다.


  옥스퍼드를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비스터 빌리지로 향했다. 비스터 빌리지는 버밍엄과 런던사이에 있는 명품아울렛으로.. 우리나라의 파주 아울렛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지 차량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주차장에서 보낸 것 같다.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시간을 쇼핑을 하면서 보냈는데, 속옷조차 내 스스로는 잘 안사는 스타일이다 보니 쇼핑하는 시간들이 제일 괴로웠다. 그래도 한 곳 한 곳 들어가 물건들을 보고, 또 가격표를 봤는데, 내가 지금까지 구입하던 그런 물건들과는 가격이 달랐다! 물론 원래 가격보다는 많이 할인해서 팔고, 게다가 면세까지 된다고 하니 확실히 싸긴 하겠지만.. 결국 하나도 구입하지 못했다. 


  어쨌든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스터 빌리지에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소비자층이었다. 중국인이 엄청나게 많았고, 아랍 계통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얼마나 중국인이 많은지 일부 매장에서는 중국인 판매인까지 두고 물건을 팔고 있었고,, 지나다니는 중국인들을 보면 뭐랄까.. 물건을 선택해서 산다기 보다는 그냥 쓸어 담는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돈을 풀어 대서 나중에 우리 일행 중 한 분은 오전에 왔어야 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 경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인지.. 그 힘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약간 어글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쇼핑을 마치고 해가 질 무렵.. 이제 진짜로 영국의 중심 런던으로 향했다. 영국을 여행하면서 어느 도시건 첫 느낌은 밤이다. 늘 밤에만 도착했으니까. 에딘버러도, 버밍엄도,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런던의 첫 느낌은 그냥.. 복잡하다.. 였다. 우리 숙소였던 트레블로지 인 킹스크로스를 찾아가기 까지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교통량이 지금까지 겪어왔던 영국의 도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소도 뭐랄까.. 가장 오래되고, 불편하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느낌.. 이게 바로 대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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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3일이나 지났는데도 시차로 인한 피곤함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몸이 곤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성자과장님은 전 날부터 체하신 것 같은 증상을 보이시며 안색이 나쁘셨다. 오늘 부터는 렌트 차량으로 움직이니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버밍엄의 첫 아침은 맥도널드 Breakfast Wrap으로 시작했다. 식사 후 가이드 목사님이 렌트 카를 가지러 가시는 동안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가서 귤, 자두, 사과, 무화과 같은 과일을 샀다. 판매하는 아저씨가 아랍쪽은 아닌 것 같았는데도 이상야릇한 발음으로 말씀하셔서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물건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생각보다 든든했던  맥도널드 Breakfast Wrap!!!


재래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본 구조물.. 2차대전 피해자를 기념하는 구조물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조~기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마켓이 있다.


마켓 가는 길...



아침에만 bulling 뒷편에 이렇게 장이 선다고 한다.


무화과와 포도.. 사과, 귤.. 다양한 과일들을 장만했다.


  랜트 카로 버밍엄에서 약 70km를 달려 워윅캐슬에 도착했다. 영국의 표본 성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고성이라고 하는데,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영국 현지 어린이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어린이들을 겨냥한 상업적인 이벤트들이 많이 열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에딘버러 캐슬과는 달리 이 성은.. 한마디로 예쁘고 아름답다고나 할까.. 성 내부에는 과거를 재현한 아름다운 방들, 무기와 갑옷들이 전시되어 있는 큰 홀들이 있는데, 밀납 인형 모형들이 과거 귀족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어서 우리 일행들은 그 틈에 섞여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귀 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사진 찍기 시간여행을 하였다. 


  방문 당시 수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성의 두 타워 중 시저스 타워는 공개가 되지 않았고, 가이즈 타워만 공개되었는데, 좁은 계단을 끊임없이 나선형으로 뱅뱅 돌아 올라가야 하는 가이즈 타워 꼭대기에서 보는 주위 풍광은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녹음과 아름다운 건물들, 그리고 멋진 강이 어루러져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지난 주 체육행사로 경주 안압지를 다녀왔는데, 워윅캐슬과 대비해 생각하면서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량으로 이동해서 스트라트포드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세익스피어가 태어난 생가에 들렀다. 사실 스트라트포드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단지 세익스피어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나고 자란 집이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곳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있었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라는 것인지.. 


  엄청나게 비싼 입장료를 주고 들어갔지만, 사실 세익스피어 생가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세익스피어가 태어났을 당시의 생활모습을 실물과 모형을 이용해서 재현해 놓았는데, 내부에 들어서면 바로 침대가 먼저 보인다. 세익스피어 당시 침대는 특별한 것이어서 유복한 환경이었던 세익스피어네 집은 동네 사람들 보라고 침대를 1층에 두었다고 한다.(과거 우리나라에서 TV를 마루에 뒀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마당에서 세익스피어 극본의 대사를 유려하게 연기하는 배우들과 사진을 한 컷 찍은 후 다시 스트라트포드 시내로 나섰다. 시내에는 마침 놀이공원이 들어와 있었다. 과거 호주에 있을 때도 경험했었는데,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는 아이들이 놀이동산을 찾아갈 수 없으니, 놀이동산이 마을들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는데, 바로 그런 형태였다. 마을에 잔치가 있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장이 섰다.


  차량으로 다시 버밍엄 시내로 돌아와 간단한 쇼핑을 한 후 가이드목사님 친구 분이 사시는 가정집에 방문해서 오랜만의 한식을 먹었다. 네 분이 사시는 단촐한 집에 일곱 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방문하다 보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여유는 없었지만, 영국 현지에 사시는 한국 분들이 어떻게 사시는지를 볼 수 있었고, 또 그분을 통해 버밍엄의 역사와 현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식사 후 가이드 목사님 친구 분의 안내로 4대강 운하 사업이 참고하기도 했다는 버밍엄 운하를 방문했다.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로 산업도시여서 석탄을 나르기 위해 시내 한 복판으로 운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 산업들이 다 죽으면서 지금은 관광용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운하 주변으로 펍과 식당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운하의 운치를 함께 하고 있었다. 밤이었고, 추웠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야경이 예뻐서 보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버밍엄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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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첫 날 눈에 들어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고풍스런 에딘버러 시내를 돌아볼 시간이다. 08:30경 트래블로지에서 나와 에딘버러 시내를 걸으며 출근 시간 일터로 향하는 스코틀랜드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들 대도시와는 달리 차분한 느낌이고, 날씨가 그래서인지 그들의 복장은 대부분 깔끔한 검은 정장으로 대표되는 무채색 일색이다.


첫날의 실패를 거울 삼아 둘째 날은 가이드 목사님과 박과장님이 함게 나가셔서 만찬을 장만해 오셨다!!! 

흔히 볼 수 없는 푸딩에.. 인스턴트 스프.. 그리고 싱싱한 과일까지! 모두들 대만족!! 


숙소를 나서기 전 오늘도 열씨미 돌아다닐 것을 약속하며 한 컷~~!!


건물 조차도 고풍스런 무채색 일색인 에딘버러 시내.. 그 뒤로 푸른 녹음과.. 바다도 살짝 보인다.


과거에는 트램이 지나다녔는지.. 철로가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오전에는 성 메리 성당을 지나 칼튼 힐을 끼고 돌아 홀리루드궁을 방문했다. 원래는 홀리루드 애비(사원)를 방문하는 귀족들의 숙소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스코틀랜드 왕실의 궁전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고, 요즘은 여왕이 에딘버러에 오면 공식적으로 머무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기념품 샵에는 스코틀랜드 풍이라기보다는 엘리자베스 여왕 관련한 기념품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성 내부에는 이곳을 사용했던 메리 스튜어트여왕의 방을 포함한 여러 방들이 개방되어 있고, 과거 왕들이 살고 생활했던 물품이나 실내 장식들, 그리고 역대 스코틀랜드 왕들의 초상화와 미술품 들을 박물관처럼 전시 해둬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궁을 나오면 거의 폐허가 되어 있는 홀리루드 애비가 나오는데, 엄청나게 화려한 양식의 건물이었을 것 같은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여기에 역대 스코틀랜드 왕들이 매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16세기 경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서로 전쟁을 치르면서 서서히 폐허가 되어갔다고 한다. 무너진 사원을 다시 증축하거나 개축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그런 역사조차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겠나 생각했다.


St.Mary 성당이다.. 앵글리컨이 아닌 천주교 성당이었다.


뒷편으로 중세 건물 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는 곳이 칼튼 힐이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낭만적인 곳이라는데..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


  인상적인 홀리루드궁을 빠져 나오면 바로 Paliament House가 나온다. 바로 스코틀랜드 국회인데.. 고풍스러운 홀리루드궁에 비해 완전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다. 요즘 영국이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전통와 모던의 어울림이 주요 테마인지라 이런 식으로들 많이 짓는다고 한다. 흡사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듯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내부로 들어갔지만, 몇 가지 전시물만 보고 뭘 할 수 있을지 몰라 그냥 나왔다.


Paliament House 전면사진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입구를 찍은 이 사진이 유일하다.. 여튼 현대적 감각의 건물..


  홀리루드궁에서부터 에딘버러 캐슬까지 이어지는 1.8km 정도 되는 로얄마일을 걸었다. 과거 왕의 숙소인 홀리루드궁에서 집무실인 에딘버러 캐슬까지 이어지는 길이라 길 이름에 ‘로얄’을 붙였다고 하고, 그 주위는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이다. 로얄마일을 따라 걸으며 스코틀랜드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몸으로 느끼고, 종교개혁가 존낙스의 집, 에딘버러가 고향이라고 하는 유명한 경제학자 애덤스미스 동상 등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로열마일을 즐겼다. 성자일스 성당은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예배가 진행중인 것 같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조용히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장식들과 내부의 작은 예배당들을 구경하고 있었다.(사진 촬영이 2파운드로 유료였다!)


  사실 로얄마일은 에딘버러 캐슬에서 홀리루드궁쪽으로 걸어와야 내리막길일 텐데 거꾸로 올라가는 바람에 미처 시차에도 적응하지 못한 우리 일행은 가뿐 호흡을 내쉴 수 밖에 없었고, 에딘버러 캐슬을 눈 앞에 두고 50년 이상 되었다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Lunch Special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요리를 주문했는데, 음식을 서빙 받은 후 모두들 안색이 좋지 않았다. 나는 Bean & Ham Soup과 Lamb’s Liver를 주문했고, 특히 양의 간 요리가 스코틀랜드 전통요리라고 하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먹을 만 했지만, 돈을 주고 사먹기엔 아까운 정도였다. 하여튼 고급스런 음식을 안 먹어 봐서인지 영국인들의 요리솜씨에는 항복!


  식사 후 에딘버러 캐슬에 올랐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그 규모와 위용이 여행자를 압도했고, 특히 성위에 올라서서 에딘버러 시내를 바라보는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 모든 일행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댈 뿐이었다. 사실 에딘버러 캐슬의 위용은 너무나 압도적인 것이어서 우리가 그 후 워윅캐슬이나 런던타워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런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높은 지대에 세워진 성루에서 에딘버러 시내를 굽어 보다 보니, 도보로 정신없이 돌아다녔음에도 깨닫지 못하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에딘버러는 항구도시였다! 또, 멀리 월터스콧 기념탑도 보이는데, 잉글랜드가 영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 한 사람인 넬슨 제독의 동상을 트라팔가 광장 한복판에 세워 놓았더니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지기 싫어서 에딘버러 한 복판에 아이반호의 작가인 월터 스콧의 기념탑을 넬슨 기념탑보다 5m가 더 높이 올렸다고 한다. 유치하기도 하고, 다시 보면 잉글랜드와 맞서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기개랄까.. 그런 것이 엿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에딘버러 캐슬 내부는 홀리루드궁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많은 전시물들로 과거 역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채워 놓았는데, 특히 전쟁기념관을 포함한 전쟁 관련 전시물들이 인상적이었다. 고대 로마, 노르만, 프랑스 등의 침략을 받았던 전쟁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고, 1,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하여 피를 흘린 자국 군인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았다. 특히, 모든 전사자의 명단을 책으로 만들어 전시해 둔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관하고, 기념하는’ 영국인들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면인 것 같다.


  에딘버러 캐슬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트래블로지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와 다음 행선지인 버밍엄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영국의 Virgin Train을 이용해서 이동하게 되는데,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약간 실망’이었다. 적어도 침대칸이나 Table 형을 원했는데, 우리가 탑승했던 건 그냥 Coach형이었다. KTX와 비슷한데, 좌석 간격도 좁고 무엇보다 좌석이 뒤로 넘어가지 않아 몹시 불편했다. 불편함에 몸을 뒤척이며 약 4시간을 달려 23:00경 버밍엄 뉴스트리트 역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버밍엄의 첫 느낌은.. 에딘버러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느낌. 에딘버러는 건물 하나하나에서 전통이 느껴졌다면 버밍엄은 훨씬 현대적인 느낌. 흡사.. 영등포역에 와 있는 듯한 느낌!!! 현대적 쇼핑몰에 높은 빌딩.. 명동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역에서 약 5분 정도를 걸어 트래블로지 인 무어스트리트에 도착. 또 하루가 숨 가쁘게 지나갔다.


라이언킹이 뜨고 있는지.. 곳곳에 이런 홍보물이..^^ 웨이버리역이다!


우리나라의 KTX와 비슷한 Virgin Tarin.. KTX만큼 빠르지는 않고..


내부는 비슷한데.. 무지하게 좁고 불편하다.. 덩치 큰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는지.. 참..


드디어 버밍엄의 뉴스트리트역 도착!


밤 늦게 도착한 버밍엄 뉴스트리트 역.. 정말 영등포역 같은 분위기이지 않은가?^^


버밍엄에서의 숙소.. 트래블로지 인 무어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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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숙소 도착시간도 늦었고, 여행의 설렘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2시경 잠이 든 것 같은데.. 눈이 떠진 건 새벽 5시경! 다시 잠을 청해도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는다. 말로만 듣던 시차문제를 겪고 있는 듯 한데.. 6시까지 뒤척이다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불을 켜버렸다. 7:00경에야 트래블로지에서 4.05파운드(약 8천원!)에 제공하는 조식서비스를 확인했는데,, 맙소사 그냥 모닝빵에 오렌지쥬스가 든 도시락이다. 이미 지난 밤 짜디 짠 칠면조 샌드위치의 기억으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일념으로 후딱 해치웠고,, 07:45 하이랜드 버스투어가 계획되어 있어서 시차적응을 생각할 틈도 없이 강행군을 해야 했다.


실망스러웠던 조식 서비스.. 이게.. 전부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느라 버스 시간에 늦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풍스런 에딘버러 시내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졌는데도 불구하고 무신경하게 달려야했고, 그래도 약간 늦은 07:55경에야 버스에 도착했다. 부끄럽게도 벌써 세계 각국에서 온 낮선 사람들이 약 25인승 정도 되는 버스에 가득 차 있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을 책임졌던 투어 버스~!! 명색이 벤츠이니.. 깨끗하고 편안했다!!^^


  버스투어의 핵심은 가이드를 해줄 기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우리 기사아저씨는 글래스고 출신의 윌리엄이라는 아저씨였다. 자신을 ‘벨레’라고 불러달라고 하던 아저씨는 가이드 하는 내내 자기 출신지역인 글래스고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맨트들을 날렸다. ‘에딘버러는 이렇지만 글래스고는 저렇다.. 이 부분은 글래스고에 비해 부족하다.. 꼭 글래스고에도 한번 방문 해보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정도의 지역감정이 있는데, 우리는 다른 지역과 경쟁하고 비난하는 방식의 지역감정이 강한 것 같다. 그런 것 말고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좋겠다. 실력이나 성적과 상관없이 지역 연고의 스포츠 팀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지역 이야기만 꺼내도 급 관심을 보이는 영국 사람들처럼..(뭐 하긴 영국에서도 축구경기 때문에 타 지역 사람을 죽이는 일도 발생하긴 했다!^^)


  햇살이 비치는가 싶더니 곧바로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벨레아저씨 말로는 날씨가 좋아서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이고, 특히 하이랜드는 5분에 한번씩 날씨가 바뀐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그 말을 확실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때문에 잠시 정차한 마을에서 추운 하이랜드에 특화되어 있는 스코틀랜드 소 '해미쉬'를 발견!


  버스를 타고 에딘버러 외곽을 지나다 보니 공장지역과 과거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 같은 플렛(flat)들이 보인다. 에딘버러라고 전부 고풍스런 옛날 건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양들이 풍요롭게 풀을 뜯고 있는 평야지역을 지나면서.. 저 유명한 스팅리캐슬, 윌리엄 왈리스 기념비, 둠캐슬을 지나 달리는데.. 버스투어가 아니라 랜트로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저기를 다 다닐려면 10일이 아니라 3개월도 모자랄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한 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하이랜드에 접어드니, 풍경이 완전 180도 바뀌어 평온한 평야가 아닌 온통 산이 나타난다. 산도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런 산이 아니다. 특히 ‘글랜 코’에 도착해 보면 나무 하나 없이 온통 이끼 같은 것들만 있는 바위 덩어리.. 인적을 발견할 수 없는 나지막한 바위산들과 로흐(호수)들이 반복되면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버스 안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 대지만 우리가 가져간 카메라 랜즈로는 그 거대한 대자연의 비경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할 뿐... 조물주가 주신 우리의 ‘눈’보다 더 좋은 렌즈가 없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목초지대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하이랜드 특유의 산악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아름다운 하이랜드의 경관.. 버스안에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보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는 글랜코..에 내려 사진으로 남겼다..




  하이랜드에서 무지개는 그냥 흔하디 흔한 자연 현상을 뿐이다. 누군가 무지개의 끝을 처음 봤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그 끝에 엄청난 황금이 묻혀 있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그저 놀라울 뿐이던 아름다운 무지개가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여기저기서 발견되니 점점 신비감이 떨어졌다. 수다스런 벨레아저씨 말대로 5분에 한 번씩 날씨가 바뀌니, 무지개는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꺼다.  


절대 흔하지 않은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무지개!


  하이랜드 투어의 절정은 ‘로흐 네스’다.(loch는 스코틀랜드어로 lake라는 뜻이라고 한다. 호수.) 북해보다 깊고, 잉글랜드, 웨일즈의 모든 물을 합친 것보다도 그 양이 더 많다는 로흐 네스! 사실 그런 것 보다 ‘네스호의 괴물’로 더 잘 알려진 로흐 네스를 유람선을 타고 가로 질렀다. 마치 바다위에 있는 듯 넓은 로흐 네스에서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하이랜드의 아름다운 언덕(?), 산, 그 속에 있는 그림 같은 집들.. 그리고 어쿼드 캐슬을 바라보는 느낌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유람선에서 본.. 고성 어쿼드 캐슬..


넓고도 깊은 로흐 네스.. 저기 어디 몬스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이 찼지만.. 유람선 위에서 로흐네스의 바람을 맞고 싶었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시차의 여독을 느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에 물들어갈 때 쯤 버스는 영국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에버딘이라는 도시를 찍고 다시 에딘버러로 향했고, 밤이 늦어서야 다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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