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카를 타고 버밍엄 주위의 어트랙션들을 돌았지만, 정작 버밍엄 시내는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영감을 주었다는 캐드버리 월드(초코릿 공장!), 그릇을 저렴하게 판다는 스토크 온 트랜트 등은 우리 일행이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문 여는 시간도 맞지 않고, 또 시간의 제약이 있는지라.. 넷째 날 아침은 영국에서 한 중간 정도 수준의 마트라는 세인즈버리에서 English Breakfast를 즐긴 후 런던을 향하여 출발했다. 런던으로 가는 길에 옥스퍼드와 비스터 빌리지를 들르는 일정이었다.
옥스퍼드는 캐임브리지와 함께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학이 있는 도시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처럼 대학교가 생기고 그 안에 단과대학이 생기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대학교가 옥스퍼드의 기준에 맞춰서 유니버시티에 들어가게 되면, 그 학교 졸업자가 옥스퍼드유니버시티 졸업장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아울러 옥스퍼드는 세계의 리더를 키운다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유수 대학의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지원하더라도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다시 선발을 한다고 한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계의 리더를 선발한다는 자부심!
그런데, 옥스퍼드 시내는 이런 학구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특히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아마도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그들에게 옥스퍼드가 매력 있는 관광지로 보여진 게 아닐까. 어쨌든, 옥스퍼드에는 그 자체로 위엄 있어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았는데, 특히 시내를 거닐다가 방문한 1,000년이나 되었다는 옥스퍼드의 가장 오래된 빌딩 St. Michael의 Sxon tower가 인상적이었다. 옥스퍼드의 유명한 대학인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였는데, 크라이스트처치 건물은 웅장하고 크기도 하지만 워낙 긴 건물이라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출입구로 들어가니 건물 앞으로 넓은 잔디밭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보였다. 사실 크라이스트처치가 유명한 이유는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사용되었던 The Great Hall 때문인데, 우리가 방문한 날 일반에 공개되는 시간이 14:15 ~ 16:30여서 오전에 방문했던 우리가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The Great Hall은 지금도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철저하게 학생들 위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식사하는 시간에는 관광객이 볼 수 없다는 학교의 방침 때문인 것 같았다. 이 방침은 다른 곳에도 적용되어서 관광객이 돌 수 있는 루트가 정해져 있고, 이 루트를 벗어날 경우 가드의 제지를 받았다. 물론 학생들은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었고,, 이 학교에 관광 와서 그런 상황을 겪은 외부 학생들은 반드시 이 학교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나중에 우리 꼬맹이들도 한번 데리고 와야 하나?
아름다운 크라이스트처치의 내부를 구경하고, 도서관 건물과 통곡의 다리를 지나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올라 있다는 블랙웰 서점을 들렀다. 밖에서 볼 때는 그냥 조그만한 서점 같았는데, 내부에 들어가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넓은 서점이었고,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유명한 서점답게 서점 내부가 가장 잘 담길만한 곳에 포토 포인트도 정해 놓아서 사진도 듬뿍 찍었다.
옥스퍼드를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비스터 빌리지로 향했다. 비스터 빌리지는 버밍엄과 런던사이에 있는 명품아울렛으로.. 우리나라의 파주 아울렛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지 차량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주차장에서 보낸 것 같다.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시간을 쇼핑을 하면서 보냈는데, 속옷조차 내 스스로는 잘 안사는 스타일이다 보니 쇼핑하는 시간들이 제일 괴로웠다. 그래도 한 곳 한 곳 들어가 물건들을 보고, 또 가격표를 봤는데, 내가 지금까지 구입하던 그런 물건들과는 가격이 달랐다! 물론 원래 가격보다는 많이 할인해서 팔고, 게다가 면세까지 된다고 하니 확실히 싸긴 하겠지만.. 결국 하나도 구입하지 못했다.
어쨌든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스터 빌리지에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소비자층이었다. 중국인이 엄청나게 많았고, 아랍 계통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얼마나 중국인이 많은지 일부 매장에서는 중국인 판매인까지 두고 물건을 팔고 있었고,, 지나다니는 중국인들을 보면 뭐랄까.. 물건을 선택해서 산다기 보다는 그냥 쓸어 담는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돈을 풀어 대서 나중에 우리 일행 중 한 분은 오전에 왔어야 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 경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인지.. 그 힘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약간 어글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쇼핑을 마치고 해가 질 무렵.. 이제 진짜로 영국의 중심 런던으로 향했다. 영국을 여행하면서 어느 도시건 첫 느낌은 밤이다. 늘 밤에만 도착했으니까. 에딘버러도, 버밍엄도,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런던의 첫 느낌은 그냥.. 복잡하다.. 였다. 우리 숙소였던 트레블로지 인 킹스크로스를 찾아가기 까지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교통량이 지금까지 겪어왔던 영국의 도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소도 뭐랄까.. 가장 오래되고, 불편하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느낌.. 이게 바로 대도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