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숙소 도착시간도 늦었고, 여행의 설렘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2시경 잠이 든 것 같은데.. 눈이 떠진 건 새벽 5시경! 다시 잠을 청해도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는다. 말로만 듣던 시차문제를 겪고 있는 듯 한데.. 6시까지 뒤척이다 다른 분들도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불을 켜버렸다. 7:00경에야 트래블로지에서 4.05파운드(약 8천원!)에 제공하는 조식서비스를 확인했는데,, 맙소사 그냥 모닝빵에 오렌지쥬스가 든 도시락이다. 이미 지난 밤 짜디 짠 칠면조 샌드위치의 기억으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일념으로 후딱 해치웠고,, 07:45 하이랜드 버스투어가 계획되어 있어서 시차적응을 생각할 틈도 없이 강행군을 해야 했다.
실망스러웠던 조식 서비스.. 이게.. 전부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느라 버스 시간에 늦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풍스런 에딘버러 시내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졌는데도 불구하고 무신경하게 달려야했고, 그래도 약간 늦은 07:55경에야 버스에 도착했다. 부끄럽게도 벌써 세계 각국에서 온 낮선 사람들이 약 25인승 정도 되는 버스에 가득 차 있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을 책임졌던 투어 버스~!! 명색이 벤츠이니.. 깨끗하고 편안했다!!^^
버스투어의 핵심은 가이드를 해줄 기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우리 기사아저씨는 글래스고 출신의 윌리엄이라는 아저씨였다. 자신을 ‘벨레’라고 불러달라고 하던 아저씨는 가이드 하는 내내 자기 출신지역인 글래스고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맨트들을 날렸다. ‘에딘버러는 이렇지만 글래스고는 저렇다.. 이 부분은 글래스고에 비해 부족하다.. 꼭 글래스고에도 한번 방문 해보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정도의 지역감정이 있는데, 우리는 다른 지역과 경쟁하고 비난하는 방식의 지역감정이 강한 것 같다. 그런 것 말고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좋겠다. 실력이나 성적과 상관없이 지역 연고의 스포츠 팀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지역 이야기만 꺼내도 급 관심을 보이는 영국 사람들처럼..(뭐 하긴 영국에서도 축구경기 때문에 타 지역 사람을 죽이는 일도 발생하긴 했다!^^)
햇살이 비치는가 싶더니 곧바로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벨레아저씨 말로는 날씨가 좋아서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이고, 특히 하이랜드는 5분에 한번씩 날씨가 바뀐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그 말을 확실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때문에 잠시 정차한 마을에서 추운 하이랜드에 특화되어 있는 스코틀랜드 소 '해미쉬'를 발견!
버스를 타고 에딘버러 외곽을 지나다 보니 공장지역과 과거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 같은 플렛(flat)들이 보인다. 에딘버러라고 전부 고풍스런 옛날 건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양들이 풍요롭게 풀을 뜯고 있는 평야지역을 지나면서.. 저 유명한 스팅리캐슬, 윌리엄 왈리스 기념비, 둠캐슬을 지나 달리는데.. 버스투어가 아니라 랜트로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저기를 다 다닐려면 10일이 아니라 3개월도 모자랄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한 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하이랜드에 접어드니, 풍경이 완전 180도 바뀌어 평온한 평야가 아닌 온통 산이 나타난다. 산도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런 산이 아니다. 특히 ‘글랜 코’에 도착해 보면 나무 하나 없이 온통 이끼 같은 것들만 있는 바위 덩어리.. 인적을 발견할 수 없는 나지막한 바위산들과 로흐(호수)들이 반복되면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버스 안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 대지만 우리가 가져간 카메라 랜즈로는 그 거대한 대자연의 비경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할 뿐... 조물주가 주신 우리의 ‘눈’보다 더 좋은 렌즈가 없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목초지대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하이랜드 특유의 산악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아름다운 하이랜드의 경관.. 버스안에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보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는 글랜코..에 내려 사진으로 남겼다..
하이랜드에서 무지개는 그냥 흔하디 흔한 자연 현상을 뿐이다. 누군가 무지개의 끝을 처음 봤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그 끝에 엄청난 황금이 묻혀 있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그저 놀라울 뿐이던 아름다운 무지개가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여기저기서 발견되니 점점 신비감이 떨어졌다. 수다스런 벨레아저씨 말대로 5분에 한 번씩 날씨가 바뀌니, 무지개는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꺼다.
절대 흔하지 않은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무지개!
하이랜드 투어의 절정은 ‘로흐 네스’다.(loch는 스코틀랜드어로 lake라는 뜻이라고 한다. 호수.) 북해보다 깊고, 잉글랜드, 웨일즈의 모든 물을 합친 것보다도 그 양이 더 많다는 로흐 네스! 사실 그런 것 보다 ‘네스호의 괴물’로 더 잘 알려진 로흐 네스를 유람선을 타고 가로 질렀다. 마치 바다위에 있는 듯 넓은 로흐 네스에서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하이랜드의 아름다운 언덕(?), 산, 그 속에 있는 그림 같은 집들.. 그리고 어쿼드 캐슬을 바라보는 느낌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유람선에서 본.. 고성 어쿼드 캐슬..
넓고도 깊은 로흐 네스.. 저기 어디 몬스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이 찼지만.. 유람선 위에서 로흐네스의 바람을 맞고 싶었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시차의 여독을 느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에 물들어갈 때 쯤 버스는 영국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에버딘이라는 도시를 찍고 다시 에딘버러로 향했고, 밤이 늦어서야 다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