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4일째.. 런던패스도 다 끝나서 이제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조차도 돈이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무료관람이 가능한 대영박물관, 국립도서관, 그리니치 천문대를 방문하는 것이 일정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방문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서 아쉬움을 머금고 두 곳만 방문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우리 짐들을 비용을 들여 한 숙소에 오후 2시 late check하기로 하고 한참을 걸어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걸어가는 길 마다 그림 같은 집들.. 차들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아파트 처럼 생긴 건물들도 많았다..>
<영국은 이런 공짜병원들이 많다고 한다. 누구든지 치료받을 수 있는 공짜 병원! 하지만 고품질의 의료 혜택을 받으려면 돈을 많이 지불하는 사설병원을 가야한다는 사실..>
<연립주택인 것 같은데.. 베란다에 창호를 하고 온실 처럼 꾸며놨다.>
<주상 복합이라고나 할까.. 1층은 쇼핑몰로 꾸며져 있다.>
<동네 극장인데,, 포스터 중에 아는 영화가 하나도 없다!!>
<대영박물관 가는길..>
<드디어 대영박물관 도착!! 외관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카메라로 정신없이 촬영을.. 우산 쓴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대영박물관에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준비한 대한항공 오디오 가이드북 무료이용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말로 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물들이 소장된 박물관이고, 엄청나게 넓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제한을 두고 돌아볼 수 밖에 없었는데.. 나는 전략적으로 이집트관, 그리스 파르테논, 고대 지중해 세계,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Coins and the Bible을 중심으로 봤다. 남들이 다 보는 로제타 스톤이나 미이라, 파르테논 신전의 유적들도 보았고, 특히 성경에 나오는 동전들을 전시해둔 전시관이 인상적이었다.
<격자모양의 천정이 인상적인 대영박물관 실내..>
<가장 인기있는 전시물 중 하나인 로제타스톤..>
<람세스상인데.. 몇톤이나 되는걸 가져오는 영국인들의 수집벽이란.. 중간에 뚫려있는 구멍은 이송용으로 뚫은 거라고..>
<성경에 나오는 동전들을 전시해 둬서 인상적이었던 Coins and the Bible 전시관..>
시간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우리는 다시 국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도서관에 가서 도대체 뭘 볼건지 의심스러웠는데,, 엄청나게 꼽혀 있는 장서를 보러가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들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학구열을 보러가는 것인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국립도서관에서 박물관에서 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다. 먼저 수천년 인류의 지혜가 축척되어 있는 엄청나게 높은 서고! 희귀서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직접 열어보지는 못했지만 서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되었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Sir John Ritblat Gallery라는 전시실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자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핸델이 그린 메시아 악보.. 모차르트, 하이든 등 유명 작곡가들이 직접 그린 악보들을 전시해 두고 있었고, 고대 영어로 쓰여진 성경들, 희귀한 책들,, 결정적으로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원본이 여기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감동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것이지만 이곳에는 세익스피어의 최초 인쇄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심지어는 우리나라 1800년대 후반에서부터 1900년대 초의 인쇄물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미리 조사를 좀 해서 갔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가 된다. 감동을 안고 도서관에서 나와 코너를 도니 바로 세인트 판크라스 역이다. 우리 숙소.. 이렇게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었구나!
<국립도서관.. 드디어 도착>
<영국은 시계가 붙어 있는 건물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세인트 판크라스역이었다!!^^>
<도서관 건물이라.. 사진 찍기가 뭐했고.. 특히 전시실은 기본적으로 촬영이 금지였다. 정면에 보이는 전시실이 바로 마그나카르타 원본이 보관되어 있던 Sir John Ritblat Gallery 이다..>
<참으로 부러운 환경..>
어쨌든 이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아쉬움 많은 영국 여행 일정은 마무리되었고, 트레블로지에 들러 짐을 찾아 영국에서의 마지막 전철을 타고 킹스 크로스 역에서 히드로 공항 4번 터미널로 이동했다. 또 다시 길고 긴 비행을 하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지만.. 실제로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서 였을까.. 한국시간으로 14:30경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19:20 출발하는 대구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기다리면서도 그 동안 있었던 여행의 기억들을 동료들과 나누며 집에서 기다릴 가족을 생각하니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렇다.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좋은 여행이었다..
<대구공항 도착... 드디어 길고도 짧았던 여정이 끝났다..>
epilogue..
1. 처음 여행을 생각하면서부터 했던 생각이 쓸데없이 많은 곳을 다니지 말고, 충분히 여행지를 즐기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그 생각에 부합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가보지 못한 곳,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은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걸 테니.. 이 아쉬움을 잘 보관해 뒀다가 다음에 꼭 꺼내 써야겠다.
2.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역사를 알아야 그 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 ‘이야기 영국사’를 읽으며 공부를 했었는데, 현장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왕들의 이름이 에드워드, 핸리, 제임스 몇 가지로 거의 동일해서 여행을 다니면서 읽어 봤던 내용이 나와도 누가 누군지.. 그런 게 있었지 정도일 뿐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 수박 겉핥기였지만 본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더했던 것 같다.
3. 열흘 동안의 여행으로 내 눈과 마음이 더 넓게 열렸음을 느끼며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 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