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변론에서 약간 눈에 띄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눈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한 표정.. 아마도 남편이 부채를 남겨두고 세상을 뜬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항변하고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은 몰랐다는 것.. 원고측에서 자신에게 독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
판사는 안타까워 하면서.. 독촉을 하고 하지 않고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과..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의 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원고가 아~주 유리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근심어린 눈으로 뒤돌아서서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것도 부족해서.. 그 남편이 부채까지 남기고.. 자신과 자녀들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황.. 생각만 해도 암울한.. 변론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법정을 빠져나왔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그 아주머니와 다시 마주쳤다. 법정에서 만난 사람을 밖에서 다시 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암울했던.. 우울해 침울해 보였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그렇치.. 가슴속에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 늘 우울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매일의 삶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속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 사람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산다... 200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