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산다... 2008.08.29

오늘 변론에서 약간 눈에 띄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눈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한 표정.. 아마도 남편이 부채를 남겨두고 세상을 뜬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항변하고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은 몰랐다는 것.. 원고측에서 자신에게 독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
판사는 안타까워 하면서.. 독촉을 하고 하지 않고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과..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의 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원고가 아~주 유리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근심어린 눈으로 뒤돌아서서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것도 부족해서.. 그 남편이 부채까지 남기고.. 자신과 자녀들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황.. 생각만 해도 암울한.. 변론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법정을 빠져나왔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그 아주머니와 다시 마주쳤다. 법정에서 만난 사람을 밖에서 다시 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암울했던.. 우울해 침울해 보였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그렇치.. 가슴속에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 늘 우울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매일의 삶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속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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