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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민영화???

asaphk 2008. 1. 16. 15:27

15일자 파이넨셜뉴스에 산재보험 민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이런 신문들이 대체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지만,, 너무 사실관계를 빗겨가는 말들과 적반하장식의 논리들이 난무하여 읽기가 거북할 정도이다. - -;;;

9일 이명박과 금융사CEO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 인가본데,,
이 자리에서 현대해상의 이영철 대표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공기업 민영화 검토과정에서 산재보험 분야의 민영화(손해보험)시기가 된 만큼 이를 검토해 줄 것을 건의했으며 손해보험 회사는 산재보험을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과연 손해보험회사에서 산재보험을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을까? 근본적으로 손해보험회사와 산재보험은 그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에 의하면 이 법의 목적을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손해보험사. 특히 사고자들에 대한 보험금 늦장 지급, 상식에 맞지 않는 임의 합의등 보험사와 보험금을 가지고 다툼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위 산재보험법의 목적과 정확하게 반대된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신속"과 "공정", 그리고 근로자의 "보호"이다. 손해보험사는 이 중 어느것 하나 책임질 수 없다.

구체적으로 그 논리를 들여다 보자.

"산재보험은 2000년 7월부터 5인 미만 전 사업장에 의무화됐지만 리스크 예방기능과 보험요율체계, 급여체계 문제 등 제도 전반에 걸쳐 산재근로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실이다. 리스크예방기능, 보험요율체계, 급여체계 문제등 여러 제도 전반에 걸쳐 산재근로자 보호에 미흡했던 것이 사실인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리스크예방기능은 예방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안전공단과 보험금을 지급하는 근로복지공단으로 2원화되어 있어 계속 문제제기 되어 왔었던 부분이다. 이는 기능의 통합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민영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민간기업인 손해보험사는 오히려 이 예방기능 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지적하고 있는 보험요율체계, 급여체계의 문제가 어떤 문제를 이야기 하는 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근로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면 분명 그 급여수준을 높이자는 주장인 것 같은데,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손해보험사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급여체계를 상향조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요양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은 탓에 상당수의 산재환자들이 2년 이상 심지어 10년 이상 장기 요양 중인 사람들이 수천여명에 달하는 등 ‘눈먼 돈’처럼 취급돼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마찬가지로 이부분도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하여 "찾아가는 서비스", "진료계획서", "표준진료기간제도 도입"등 노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러가지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손해보험사도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위에서 들리는 소문을 통해, 언론 및 방송매체를 통해 계속하여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을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여 푼돈에 강제종결시켜 결국 피보험자를 곤란에 빠뜨리는 일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손해보험에 대한 인식은 "가입할 때와 돈 줄때가 다르다" 이다. '눈먼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산재보험에서는 보상이 필요한 사람이 불공정하게 지급을 거절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명제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더구나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근로자재해보험(근재보험)에 비해 요율수준은 높고 할인, 할증 폭은 낮은 실정이다. 보험사의 요율수준이 0.09∼6.77%인데 반해 산재보험의 요율 수준은 0.35∼30.4% 정도다. 할인, 할증 폭은 보험사가 -60∼+19 5% 인 반면 산재보험은 ±50% 정도밖에 안된다. 요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업 종류를 64개 업종에 한정, 동일업종 내 각 사업장 내재위험별 요율 차등적용도 미흡하다. 이는 곧 기업의 자발적인 재해예방시설 투자의 약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먼저 근재보험은 강제보험이 아니다. 즉, 가입해도 되고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근재보험은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 중 산재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보전해 주는 보험인데,, 근로자 중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후 사업주에게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즉 지출되는 보험금이 적다는 말이다. 보험의 요율은 "수지율"을 통해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보험요율이 높다는 것은 보험금이 많이 지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근재보험과 산재보험의 요율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민간 손해보험사에서 보험금의 지급을 줄인다면 요율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 대답은 "그렇다" 이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눈먼 돈' 논쟁과 동일한 이야기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될지도 모른다.

"이 밖에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낮은 급부수준, 국민연금과의 보상금액의 중복, 징수인원 부족으로 인한 수납률 저조 등 총체적 부실에 빠져있다. 이상황하에 내년부터 위험도가 높은 자영업자나 농민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게도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재정에 구멍이 뚫릴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기자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자동차보험 중 의무보험은 흔히 '대인배상I'이라고 부르는 책임보험이다. 책임보험은 사고 당 한도가 정해져 있다. 산재보험과 비교하여 급부수준이 매우 낮다. 아마 '대인배상II' 종합보험과 혼돈한 것 같은데, 종합보험은 사실 상 임의 보험이다. 가입해도 되고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과의 보상금액의 중복? 그럼 국민연금에서 급여가 나오면 산재급여를 주지 말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많은 근로자들은 국민연금이 산재보험을 지급받는다고 해서 본인이 힘들게 납부해서 받게 되는 국민연금의 50%가 할인되어 지급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연금이다. 내가 노후를 대비하여 내 돈을(물론 사업주도 부담하지만..) 들어부어 만든.. 산재보험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징수인력의 부족..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아마도 4대보험 징수통합 법안에 제출되어 있고.. 예측하기에는 징수부문만 10,000명이 넘는 메머드급 사회보험징수공단이 2009. 1. 1. 부터 출범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4,0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는 손해보험사에서 산재보험업무를 맡게 될 경우 기존 손해보험업무와 산재보험업무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어렵다는 민간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 정도의 출중한 능력을 가진 직원이 많아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력은 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려워 보이고, 혹 많은 인력을 투입하려면 그만큼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결국 그 부담은 보험가입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로 귀결되지 않을까?(적어도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의 급여는 산재보험기금이 아닌 정부 일반 회계에서 지출된다. 사업비 중 공단직원의 인건비는 보험요율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산재보험은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공공재이다. 즉 주는 사람은 주기 싫고, 받는 사람은 더 받고 싶어서 국가에서 중재하지 않고는 국가의 인적자원관리에 중대한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보험 민영화 논리는 바로 "받는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지극~히 주는 사람의 입장만을 대변한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 정권에서는 이런 논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처럼.. "경제만 살면 되지머.." 뒤안길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받을지도 모르는 우리네 부모님들, 형제, 자매들.. 그들에 대한 배려가 눈 한번 질끈 감아질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