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영국인들의 삶과 문화.. 워윅캐슬과 세익스피어 생가!
이상하게 3일이나 지났는데도 시차로 인한 피곤함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몸이 곤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성자과장님은 전 날부터 체하신 것 같은 증상을 보이시며 안색이 나쁘셨다. 오늘 부터는 렌트 차량으로 움직이니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버밍엄의 첫 아침은 맥도널드 Breakfast Wrap으로 시작했다. 식사 후 가이드 목사님이 렌트 카를 가지러 가시는 동안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가서 귤, 자두, 사과, 무화과 같은 과일을 샀다. 판매하는 아저씨가 아랍쪽은 아닌 것 같았는데도 이상야릇한 발음으로 말씀하셔서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물건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생각보다 든든했던 맥도널드 Breakfast Wrap!!!
재래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본 구조물.. 2차대전 피해자를 기념하는 구조물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조~기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마켓이 있다.
마켓 가는 길...
아침에만 bulling 뒷편에 이렇게 장이 선다고 한다.
무화과와 포도.. 사과, 귤.. 다양한 과일들을 장만했다.
랜트 카로 버밍엄에서 약 70km를 달려 워윅캐슬에 도착했다. 영국의 표본 성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고성이라고 하는데,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영국 현지 어린이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어린이들을 겨냥한 상업적인 이벤트들이 많이 열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에딘버러 캐슬과는 달리 이 성은.. 한마디로 예쁘고 아름답다고나 할까.. 성 내부에는 과거를 재현한 아름다운 방들, 무기와 갑옷들이 전시되어 있는 큰 홀들이 있는데, 밀납 인형 모형들이 과거 귀족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어서 우리 일행들은 그 틈에 섞여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귀 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사진 찍기 시간여행을 하였다.
방문 당시 수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성의 두 타워 중 시저스 타워는 공개가 되지 않았고, 가이즈 타워만 공개되었는데, 좁은 계단을 끊임없이 나선형으로 뱅뱅 돌아 올라가야 하는 가이즈 타워 꼭대기에서 보는 주위 풍광은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녹음과 아름다운 건물들, 그리고 멋진 강이 어루러져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지난 주 체육행사로 경주 안압지를 다녀왔는데, 워윅캐슬과 대비해 생각하면서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량으로 이동해서 스트라트포드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세익스피어가 태어난 생가에 들렀다. 사실 스트라트포드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단지 세익스피어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나고 자란 집이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곳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있었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라는 것인지..
엄청나게 비싼 입장료를 주고 들어갔지만, 사실 세익스피어 생가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세익스피어가 태어났을 당시의 생활모습을 실물과 모형을 이용해서 재현해 놓았는데, 내부에 들어서면 바로 침대가 먼저 보인다. 세익스피어 당시 침대는 특별한 것이어서 유복한 환경이었던 세익스피어네 집은 동네 사람들 보라고 침대를 1층에 두었다고 한다.(과거 우리나라에서 TV를 마루에 뒀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마당에서 세익스피어 극본의 대사를 유려하게 연기하는 배우들과 사진을 한 컷 찍은 후 다시 스트라트포드 시내로 나섰다. 시내에는 마침 놀이공원이 들어와 있었다. 과거 호주에 있을 때도 경험했었는데,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는 아이들이 놀이동산을 찾아갈 수 없으니, 놀이동산이 마을들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는데, 바로 그런 형태였다. 마을에 잔치가 있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장이 섰다.
차량으로 다시 버밍엄 시내로 돌아와 간단한 쇼핑을 한 후 가이드목사님 친구 분이 사시는 가정집에 방문해서 오랜만의 한식을 먹었다. 네 분이 사시는 단촐한 집에 일곱 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방문하다 보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여유는 없었지만, 영국 현지에 사시는 한국 분들이 어떻게 사시는지를 볼 수 있었고, 또 그분을 통해 버밍엄의 역사와 현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식사 후 가이드 목사님 친구 분의 안내로 4대강 운하 사업이 참고하기도 했다는 버밍엄 운하를 방문했다.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로 산업도시여서 석탄을 나르기 위해 시내 한 복판으로 운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 산업들이 다 죽으면서 지금은 관광용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운하 주변으로 펍과 식당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운하의 운치를 함께 하고 있었다. 밤이었고, 추웠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야경이 예뻐서 보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버밍엄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갔다.